평범한 어느 날,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내 일상은 순식간에 응급 상황으로 변했다. 원인은 바로 감기약에 포함된 항생제 혹은 소염진통제로 추정되는 급성 알레르기 발작(아나필락시스 증상)이었다.
약 복용 후 30분쯤 지나자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기도가 붓는 느낌과 함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어지러움에 걷기가 힘들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이것이 단순한 약 부작용을 넘어선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았다.
119에 전화를 걸었고, 이 경험은 나에게 대한민국의 훌륭한 의료 체계와 우리가 납부하는 '세금'의 진정한 가치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외에도 다른 느낀 바가 많았지만, 이 글에서는 세금에 관한 부분만 기술하고자 한다.)
119에 신고한 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나를 보며 구급대원들은 초기 조치를 취했다. 산소포화도와 혈압을 측정하고,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연락을 취해 내 상태를 설명하며 병상을 확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조금씩 괜찮아지자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소방대원에게 말씀드리니, 산소포화도가 낮아 들것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내가 들것에 실리게 되다니.
병원 도착 직후 신속하게 응급실 의료진에게 인계되었고, 곧바로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119 구급대의 신속한 이송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응급실에서 몇 시간 동안 수액을 맞고 경과를 지켜본 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 수속을 밟게 되었다. 병원 응급실 진료비와 처치 비용, 그리고 119 구급차 이용료까지 합치면 상당한 청구서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납 창구에서 받은 영수증을 보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응급실 진료비는 10만 원 약간 넘게 청구되었지만, 119 구급차 이용 비용은 단 1원도 청구되지 않았다.
원무과 직원에게 구급차 비용 결제에 대해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119 구급차는 국가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청구되는 비용은 무료입니다." (단, 의료기관 간의 이송을 위해 부르는 사설 구급차는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의 사례를 떠올려 보았다. 미국에서 구급차를 한 번 부르면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 달러(한화 수백만 원)의 비용이 청구된다.
나는 종종 세금이 왜 이리 많은지 불평하며, 이를 단순한 '개인의 처분가능소득을 줄이는 비용'으로 생각하곤 했다.
우리는 종종 공공 서비스의 가치를 잊고 산다.
이번 항생제/소염진통제 알레르기 발작 사건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앞으로 국세청에서 날아오는 각종 세금 고지서를 받을 때, 예전처럼 깊은 한숨만 내쉬지는 않을 것 같다.
약 복용 후 30분쯤 지나자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기도가 붓는 느낌과 함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어지러움에 걷기가 힘들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이것이 단순한 약 부작용을 넘어선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았다.
119에 전화를 걸었고, 이 경험은 나에게 대한민국의 훌륭한 의료 체계와 우리가 납부하는 '세금'의 진정한 가치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외에도 다른 느낀 바가 많았지만, 이 글에서는 세금에 관한 부분만 기술하고자 한다.)
골든타임을 지켜준 119 구급대의 신속한 대처
119에 신고한 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나를 보며 구급대원들은 초기 조치를 취했다. 산소포화도와 혈압을 측정하고,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연락을 취해 내 상태를 설명하며 병상을 확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조금씩 괜찮아지자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소방대원에게 말씀드리니, 산소포화도가 낮아 들것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내가 들것에 실리게 되다니.
병원 도착 직후 신속하게 응급실 의료진에게 인계되었고, 곧바로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119 구급대의 신속한 이송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구급차 이용 비용 명세서를 찾다 발견한 충격적 사실
응급실에서 몇 시간 동안 수액을 맞고 경과를 지켜본 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 수속을 밟게 되었다. 병원 응급실 진료비와 처치 비용, 그리고 119 구급차 이용료까지 합치면 상당한 청구서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납 창구에서 받은 영수증을 보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응급실 진료비는 10만 원 약간 넘게 청구되었지만, 119 구급차 이용 비용은 단 1원도 청구되지 않았다.
원무과 직원에게 구급차 비용 결제에 대해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119 구급차는 국가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청구되는 비용은 무료입니다." (단, 의료기관 간의 이송을 위해 부르는 사설 구급차는 비용이 발생한다.)
'무료'의 경제학: 119는 어떻게 공짜일 수 있는가?
미국의 사례를 떠올려 보았다. 미국에서 구급차를 한 번 부르면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 달러(한화 수백만 원)의 비용이 청구된다.
구급차 비용이 무서워 피를 흘리면서도 우버(Uber)를 부르거나, 응급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고 구급차를 부르려 할 때 "제발 부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는 미국인들의 웃지 못할 일화는 기사에서 접한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119는 어떻게 무료일 수 있을까? 경제학적으로 이 세상에 완벽한 '공짜(Free)'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119는 어떻게 무료일 수 있을까? 경제학적으로 이 세상에 완벽한 '공짜(Free)'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누군가는 바로 '세금을 납부하는 우리 모두'이다. 119 구급대원들의 인건비, 구급차 유지비, 고가의 응급 구조 장비 등은 모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수입, 즉 소방 예산으로 충당된다.
세금이라는 이름의 '완벽한 사회적 보험'
나는 종종 세금이 왜 이리 많은지 불평하며, 이를 단순한 '개인의 처분가능소득을 줄이는 비용'으로 생각하곤 했다.
절세(Tax Saving) 방법을 고민하고, 늘어나는 세금 부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흔한 레퍼토리다. 하지만 이번 응급실 경험을 통해 세금을 바라보는 나의 프레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나 '징수'가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운영하는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사회적 보험(Social Insurance)'이다.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나 '징수'가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운영하는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사회적 보험(Social Insurance)'이다.
공공재(Public Goods)의 최적 공급
119 구급 서비스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공공재다.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띠기 때문에 시장 논리에만 맡겨두면 과소 공급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세금을 거둬 이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국민 누구나 지갑의 두께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생명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리스크의 사회적 분산
알레르기 발작, 교통사고, 급성 심근경색 등 응급 상황은 언제 누구에게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개인 단위에서는 대비하기 힘든 치명적인 리스크(Risk)를, 국민 전체가 세금이라는 형태로 십시일반 자본을 모아 분산시키는 것이다.
압도적인 비용 편익(Cost-Benefit)
내가 평생 납부하는 세금 중 소방 예산으로 쓰이는 금액은 얼마일까? 아마 구급차를 부를 때마다 실비로 수백만 원씩 지불해야 하는 민영 시스템과 비교한다면, 우리가 내는 세금은 생명을 담보로 한 그 어떤 사보험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ROI)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하게 누리던 인프라에 대한 재평가
우리는 종종 공공 서비스의 가치를 잊고 산다.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나오고, 밤거리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으며, 숨이 넘어가는 위급 상황에 전화 한 통이면 전문가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이 모든 인프라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과 그 세금을 바탕으로 밤낮없이 헌신하는 각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합작품이다.
이번 항생제/소염진통제 알레르기 발작 사건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결론: 세금, 아깝지 않게 내고 똑똑하게 누리자
앞으로 국세청에서 날아오는 각종 세금 고지서를 받을 때, 예전처럼 깊은 한숨만 내쉬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내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재산세의 일부가 모여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구급차의 연료가 되고, 또 언젠가 나의 생명을 지켜줄 든든한 방패가 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의료 및 응급 체계는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과 조세 제도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이 촘촘한 사회 안전망은 우리가 경제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그날 위급했던 나를 살려주신 119 구급대원분들과 응급실 의료진분들, 그리고 이 훌륭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묵묵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납세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 글을 보시지는 못하시겠지만,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한민국의 의료 및 응급 체계는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과 조세 제도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이 촘촘한 사회 안전망은 우리가 경제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그날 위급했던 나를 살려주신 119 구급대원분들과 응급실 의료진분들, 그리고 이 훌륭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묵묵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납세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 글을 보시지는 못하시겠지만,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