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버블 논쟁, 국내외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6월 23일 코스피가 장중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리며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급락한 8203.84에 마감했다. 같은 날 코스닥도 76.88포인트(7.94%) 하락한 891.52로 900선이 무너졌다.

바로 전날인 22일에는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서버용 HBM 독점 기대감 속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역전했는데, 그 직후 폭락이 나오면서 "이게 버블 붕괴의 시작인가, 단기 쏠림의 후유증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불붙었다. 양쪽 시각을 모아 정리하고 내 의견을 더해본다.

BIS에서 발표한 AI 투자 열풍과 과거 버블 비교표
BIS에서 발표한 AI 투자 열풍과 과거 버블 비교표

국내 시각 — '압축 해소'냐 '건강한 조정'이냐


KB증권 이은택 이사의 보고서는 지금 시장을 1999년 닷컴버블 후반부와 비교하면서,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신호는 '추세적인 금리 상승'이라고 진단한다. 흥미로운 지적은, 버블은 막판에 갈수록 쏠림이 완화되는 게 아니라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1920년대 자동차·통신, 1960년대 니프티피프티,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업들이 모두 그랬다는 것이다.

뉴스스페이스 보도는 이번 폭락을 '반도체·AI 코리아 버블'의 압축 해소 국면으로 해석한다. 2025년 하반기 이후 코스피가 6000에서 9000선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 두 종목에 집중됐고, 이 'N자형 급등' 끝에 10%급 폭락이 나온 것은 단기 버블의 일부가 압축적으로 꺼진 과정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고 전한다. 시가총액 1위 교체가 실적 역전 없이 기대감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의 사례와 비슷한 과열의 정점일 수 있다는 경고가 한 달 전부터 있었다는 점도 짚는다.

반면 SBS 보도에 인용된 월가 시각은 결이 다르다. "업황이 나빠진 게 아니라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며, D램·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가 각각 45%·60% 상승한 만큼 반도체 랠리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유지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리서치 중에는 정반대 결론도 있다. IBKS 보고서는 AI 투자가 과거 빅테크의 외부 차입 의존과 달리 거대 자본을 보유한 기업들의 자체 자금으로 이뤄지고 있어 시장 건전성이 더 뒷받침된다고 본다. 이 보고서는 AI의 캐즘(기술 수용 정체기)이 닷컴버블 때보다 짧고 버블 붕괴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한다.


해외 시각 — 버블론과 차별론이 정면으로 맞선다


해외에서는 논쟁이 더 선명하다. 마이클 버리는 "끊임없이 AI만 나온다", "1999~2000년 거품의 마지막 달에 도달한 느낌"이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급등세를 2000년 기술주 붕괴 직전과 비교했다. 그는 실제로 SOXX(반도체 ETF)에 대해 2027년 1월 만기 풋옵션을 매수하며 베팅을 걸었고, 그가 추적해온 실러 CAPE 비율은 40.1까지 올라 닷컴버블 피크 수준에 근접했다고 보도됐다.

같은 비교를 하면서도 결론이 다른 인물도 있다. 폴 튜더 존스는 지금이 1999년과 비슷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랠리가 앞으로 1~2년 더 갈 수 있다고 본다. 짐 폴슨은 지수가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동안에도 S&P500 종목의 55%가 5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좁은 주도주 장세 자체가 후반 버블의 특징이라고 진단한다.

골드만삭스 쪽 시각은 양면적이다.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엔비디아·AMD 같은 AI 인프라 기업은 실제 매출과 마진이 있다는 점에서 2000년대 펫츠닷컴류와는 다른 종이라고 구분한다. 동시에 그는 지금 자본을 투입하는 대부분의 주체가 수익을 내지 못할 거라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는 점에서, 기업 펀더멘털과 투자 수익률 사이의 간극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비교도 있다. IntuitionLabs 분석에 따르면 S&P500의 선행 PER은 23배 수준으로 2000년 3월 나스닥100의 약 60배에 비해 훨씬 낮고, 당시 닷컴 기업의 약 14%만 흑자였던 데 비해 지금 AI 관련 대기업들은 훨씬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AI 도입률도 이미 광범위해서, 닷컴 시절 인터넷 보급 초기 단계와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게 이 분석의 핵심이다.

구조적 차이를 짚는 시각도 있다. Oak Harvest의 분석은 1999년 위험이 IPO와 개인투자자 중심의 공개시장에 있었던 반면, 2026년 AI 핵심 기업(오픈AI, 앤스로픽, 스페이스X 등)은 여전히 비상장 상태로 대형 기관·전략적 파트너의 자금으로 움직이고 있어 리스크가 퍼지는 경로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그래서 결론은? — 내 생각


국내외 의견을 모아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거품이냐 아니냐"보다 "거품이 어디에 있느냐"로 질문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헤지펀드가 GPU·반도체 직접 베팅 대신 데이터센터 리츠나 전력 인프라 쪽으로 옮겨갔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건 내가 이전 글에서 다룬 'GPU→HBM→광학→전력' 로테이션과도 맥이 닿아 있다. 즉 버블 논쟁의 무게중심 자체가 GPU·메모리에서 전력·인프라 쪽으로 같이 이동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개인적으로는 2008년처럼 금융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는 위기와는 다르다는 데 동의한다. 빅테크의 자체 자금 투자, 실질적인 매출 기반은 분명 닷컴버블과 다른 지점이다. 다만 이번 폭락 하나로 쏠림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KB증권 보고서가 짚은 대로 버블은 막판에 쏠림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 이번 조정 이후에도 비슷한 충격이 한두 번 더 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현금 50%를 유지하고 분할로 대응한다는 기존 원칙을 이번 폭락을 보고 더 굳히게 됐다. 


본 포스팅은 자본주의 시장의 데이터 분석 및 개인의 투자 기록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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