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임장 3개월, 가계약금을 넣기까지

앞 글에서 쓴 대로 컨설팅은 받지 않기로 했다. 500만 원을 주고 사는 게 결국 업자와의 연결이라면, 그 연결은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쪽이었다.

강의가 다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해나경 강사님 강의는 한 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열리자마자 마감돼서 신청도 못 했다. 결국 남은 방법은 발품뿐이었다.

카페와 매물 사이트를 매일 들어갔다.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올라오면 올린 부동산에 연락해 임장을 요청했다. 고시원 매물은 상세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상호와 위치는 임장 전에야 알려준다.

간혹 정보만 빼가려는 동종 업자로 의심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통화할 때마다 내 상황을 먼저 말했다. 휴직 중이고, 자금은 얼마고, 언제까지 계약할 생각이고. 사겠다는 사람이라는 걸 납득시키는 게 첫 관문이었다.

몇 군데와 실제로 임장을 다니면서 담당자들과 안면을 텄다. 내가 찾는 조건을 알려주고 나니, 나중에는 매물이 나오면 먼저 문자를 주기도 했다.

500만 원짜리 컨설팅이 대신해주려던 게 아마 이 부분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몇 배로 들었지만, 어차피 만들어야 할 관계였다.

경기 군포의 A고시원

3개월 임장 총평


약 3개월 동안 10번정도 임장을 했고, 총 15곳을 봤다. 서울과 경기, 인천 위주였고 가격대는 2억 이하물건을 주로 봤다.

다녀보니 이 가격대는 선택지가 좁았다. 최근 몇 년 사이 권리금이 많이 올라서, 2억 이하에서 조건이 맞는 물건은 대부분 둘 중 하나였다. 시설이 크게 낙후됐거나(업계에서는 '썩고'라고 부른다), 수익률이 안 나오거나.

그래도 첫 고시원에 3~4억을 태울 수는 없었다. 그만한 자금도 없었고, 무엇보다 잘 안 됐을 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기준이었다. 가격대를 올리면 그 기준이 먼저 무너진다.


고시원에는 누가 사는가


임장을 다니면서 예상하지 못한 걸 봤다.

관악구의 오래된 고시원이었다. 미니룸 비중이 큰 곳이었는데, 여름이라 방문을 열어두고 계신 분들이 있었다. 대부분 50대에서 70대였다. 평일 낮에 방에 계신 걸 보면 일을 하지 않으시는 듯했다.

고시원은 이름 그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머물던 곳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상당 부분 주거지다. 보증금이 없고, 밥과 라면이 나오고, 월세가 원룸보다 싸다. 원룸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에 가깝다.

반대편도 봤다.

신소방법에 맞춰 최근에 지은 고시원은 휘황찬란했다. 웬만한 원룸보다 시설이 좋았고 관리도 깔끔했다. 대신 방값이 70~80만 원 하는 곳도 있었다. 소위 프리미엄 고시원이다.

이 가격이면 원룸을 얻지 왜 여기 살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답이 있었다. 1년을 계약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학기 중에만 머무는 학생, 몇 달짜리 출장, 그 밖의 여러 사정으로 잠깐 거처가 필요한 사람들. 보증금 없이 한 달 단위로 깨끗한 방을 쓸 수 있다는 게 이들에게는 장점이다.

같은 업종인데 손님이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손님이 다르면 운영도 다르다.

경기 B고시원 주방


매수자 눈으로 보면


그래서 고시원은 천차만별이다.

아파트처럼 구조가 비슷비슷한 상품이 아니다. 방 형태(원룸형, 미니룸, 샤워룸 유무)와 구성, 건물 골조, 운영 방식, 임대료와 그에 따른 수익률까지 물건마다 다 다르다. 같은 프리미엄 고시원이라도 두 곳이 같지 않았다.

시세는 대략 잡히긴 했다.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쳐 1억이면 월 200만 원 정도. 월 2부다. 처음 영상에서 본 숫자가 시장의 기준선이라는 건 확인한 셈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강남처럼 위치가 좋고 수요가 강한 곳은 2부가 안 나와도 거래가 활발하다고 한다. 가격대가 높으면 입실자 관리가 수월해서 운영이 편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완벽한 물건은 없다고 했다. 다녀보니 같은 생각이 됐다. 위치가 애매하면 임대료가 싸고, 시설이 좋으면 권리금이 비싸다. 수익률이 높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어딘가에 숨어 있다.

그래서 마음에 꼭 드는 곳을 기다리는 대신, 포기할 것과 포기하지 않을 것을 먼저 정하기로 했다.


내가 세운 기준 세 가지


첫째, 운영하기 쉬운 곳.


첫 사업이다. 이번엔 잘 굴리는 것보다 굴려보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미니룸 위주의 물건은 제외했다. 손이 많이 가고, 초보가 감당할 만한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둘째, 리모델링이 필요 없는 곳.


썩고는 뺐다. 권리금이 싼 만큼 공사비가 들어가는데, 나는 그 공사를 견적 낼 줄도 감독할 줄도 모른다. 모르는 비용은 반드시 예상보다 커진다.

셋째, 집에서 한 시간 이내에서 2부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곳.


서울은 포기했다. 대신 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토로 돌린다는 말을 믿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내가 자주 가야 하고, 자주 갈 수 없는 거리면 애초에 못 한다.

돌아보면 세 가지 다 수익률을 조금씩 깎는 조건이다. 그래도 이렇게 정하고 나니 볼 물건과 안 볼 물건이 나뉘었고, 그때부터 임장 속도가 붙었다.


마치며


그렇게 다니다 한 곳에 가계약금을 넣었다.

세 기준에 대체로 맞았고, 무엇보다 숫자가 납득이 갔다. 다만 매도인이 내미는 수익률은 그대로 믿을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공실이 얼마나 있었는지, 그 숫자가 몇 달치인지는 계약서를 쓰기 전에 따로 확인해야 할 몫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 물건 이야기를 쓰려 한다. 무엇을 보고 골랐고, 실제로 뜯어보니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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