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금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 Bouri et al. (2017)의 답

논문제목: "On the Hedge and Safe Haven Properties of Bitcoin: Is It Really More Than a Diversifier?"
핵심 주제: 비트코인이 단순한 분산 투자 수단을 넘어, 시장 위기 시 자산을 보호하는 '헤지(Hedge)'나 '안전 자산(Safe Haven)'으로서의 특성을 가졌는지 계량적으로 분석
저자: Elie Bouri, Peter Molnár, Georges Azzi, David Roubaud, Lars Ivar Hagfors
학술지: Finance Research Letters
발행 연도: 2017년


논문, 출처: https://www.sciencedirect.com/ 

이 논문을 쓴 사람들은 누구인가?


주저자 엘리 부리(Elie Bouri)는 현재 레바논 아메리칸 대학교(Lebanese American University)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다. 레바논 출신의 금융경제학자로, 2016년 말부터 비트코인과 암호자산의 금융경제학적 특성을 파고드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Elie Bouri 교수, 출처: Lebanese American University

단순한 관심이 아니었다. 그는 비트코인을 감정이나 이념이 아닌 계량 금융의 언어, 즉 데이터와 모형으로 분석하겠다는 방법론적 고집을 가진 연구자였다.

그 결과는 학계에서 이례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부리 교수가 쓴 논문의 구글 스콜라 피인용 횟수는 현재 34,000회를 넘어섰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그를 2021년, 2022년, 2023년 3년 연속 "경제·경영 분야 세계 고피인용 연구자"로 선정했으며, 그의 연구는 포브스와 CFA 다이제스트에 소개됐다.

Elie Bouri 프로필(논문 인용수 등), 출처:scopus

레바논이라는 지리적 배경도 흥미롭다. 레바논은 자국 통화 붕괴와 금융 시스템 마비를 직접 경험한 나라다. 중앙 금융 시스템 바깥의 대안 자산이 얼마나 절실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몸으로 아는 맥락에서, 그의 비트코인 연구가 나온 셈이다.(출처: Google ScholarResearchGate)

공저자들도 탄탄하다. 피터 몰나르(Peter Molnár)는 당시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소속 교수로 금융 변동성 모형 전문가이고, 다비드 루보(David Roubaud)는 프랑스 몽펠리에 경영대학원 교수로 에너지 금융과 계량경제학을 연구한다. 국제 공동 연구진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당시 비트코인이 단일 국가나 지역을 넘어 글로벌 금융학계의 화두가 됐음을 보여준다.


왜 이 질문이 중요했는가?


2016~2017년, 비트코인을 둘러싼 세간의 언어는 두 종류였다. "사기다, 튤립 버블이다"라는 편과, "디지털 금이다, 인플레이션 헤지다"라는 쪽. 둘 모두 데이터가 없었다. 믿음과 주장만 있었다.

금융경제학에는 자산의 역할을 구분하는 엄밀한 틀이 있다. 분산투자 자산(diversifier), 헤지 자산(hedge), 안전 자산(safe haven)이라는 세 가지 개념이다. 부리 팀은 이 틀을 그대로 비트코인에 적용했다.

세 개념의 차이는 중요하다.
분산투자 자산은 다른 자산과 낮은 상관관계를 가져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줄이는 자산이다.
헤지 자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평균적으로 다른 자산과 무상관 또는 역상관인 자산이다.
그리고 안전 자산은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시장 전체가 급락하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가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오르는 자산이다.

금이 전통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이 마지막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분석 방법: DCC-GARCH 모형이란 무엇인가


부리 팀이 사용한 분석 도구는 DCC-GARCH(Dynamic Conditional Correlation - Generalized Autoregressive Conditional Heteroskedasticity) 모형이다. 기술적인 이름이지만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금융 자산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반영하는 통계 모형이다.

  • 상관관계는 살아있다: 과거의 방식은 자산 간의 관계가 항상 고정되어 있다고 봤지만, 현실은 다르다.
  • 위기에 강한 분석: 평소에는 주식과 비트코인이 따로 놀다가도, 시장에 공황이 오면 갑자기 같이 움직이는 '동적 상관관계'를 포착해야 합니다.
  • 부리 팀의 전략: 비트코인이 진짜 '안전 자산'인지 확인하려면, 시장이 폭락할 때의 변화까지 잡아내는 이 정교한 모델이 필수적이었던 것입니다. (출처: 'Finance Research Letters')

분석 대상은 2011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약 4년 반의 일별·주별 데이터였다. 비트코인을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 주가지수, 채권, 원유, 금, 글로벌 상품지수, 달러 인덱스와 비교했다. 비트코인이 이 자산들에 대해 분산투자, 헤지, 안전 자산 중 어느 역할을 하는지를 통계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주요 발견 1: 비트코인은 좋은 헤지 자산이 아니다

결론의 첫 번째 축은 냉정하다. 전반적인 결과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헤지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약하고, 분산투자 목적에만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ScienceDirect)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결론이다. 금은 주식 시장이 빠질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서 빠져나와 안전 자산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이 패턴을 안정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평상시에는 다른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에 섞어두면 분산 효과는 있지만, 시장이 나빠졌을 때 비트코인이 자동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나 독자적인 변동성을 갖고 있는지와도 연결된다. 비트코인은 분석 기간 동안 다른 어떤 자산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 변동성 자체가 안정적인 헤지 역할을 방해하는 요인이었다. 시장이 10% 빠질 때 비트코인이 30% 오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50% 빠지기도 한다면 헤지 자산이라 부르기 어렵다.


주요 발견 2: 단,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는 달랐다

그러나 논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니 지역별로 결과가 갈렸다. 비트코인은 아시아 태평양 주식시장의 극단적인 하락 국면에서는 강력한 안전 자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ScienceDirect)

이 결과는 몇 가지 해석을 낳는다. 아시아 태평양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로컬 시장 위기의 대피처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3~2015년 중국의 자본 통제 강화 시기에 중국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맥락과도 일치한다. 서구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이 약했던 비트코인이, 아시아 주식시장의 급락 국면에서는 상관관계가 낮게 유지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발견은 데이터 주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별 데이터에서는 헤지 성격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별 데이터로 분석하면 일부 자산에 대해 헤지 성격이 나타난다. 투자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비트코인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함의다. 단기 트레이더와 장기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은 사실상 다른 자산이다.


이 논문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

부리 팀의 2017년 논문은 하나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됐다. 이 논문이 발표된 후 다른 연구자들이 다양한 방법론, 다양한 데이터, 다양한 암호화폐를 이용해 연구를 확장했고, 관련 주제는 뜨거운 학술 논쟁으로 번져나갔다. (출처:Lebanese American University)

2020년 코로나 위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 모든 사건을 거치며 후속 연구들이 쏟아졌는데, 결론은 엇갈렸다.

코로나 초기 폭락 장에서 비트코인은 주식과 함께 무너졌다. 안전 자산이 아니라 고위험 자산이었다. 반면 2022년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달러 인덱스에 대한 역상관성이 관찰됐다. ETF 승인 이후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연구도 나왔다.

이 모든 상충되는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인용하는 논문이 바로 부리 팀의 2017년 연구다. "비트코인의 헤지·안전 자산 성격은 시장, 기간, 위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그들의 핵심 통찰이 이후 모든 연구의 기준점이 됐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이 논문에서 얻어야 할 것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다"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이 논문이 보여주는 것은, 비트코인의 안전 자산 성격이 조건부라는 사실이다. 어떤 시장인지, 어느 지역인지, 어떤 종류의 위기인지, 투자 기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비트코인은 분산투자 자산이 되기도 하고, 제한적 헤지 자산이 되기도 하고, 그냥 고변동성 위험 자산이 되기도 한다.

논문 발표 시점도 항상 확인해야 한다. 이 연구의 데이터는 2011~2015년에 한정된다. ETF가 없던 시절, 기관 투자자가 없던 시절, 파생상품 시장이 없던 시절의 비트코인이다. 시장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 2025년에 이 결론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 논문의 가장 큰 기여는 데이터 없는 믿음의 시대에 처음으로 수치를 들이밀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논쟁을 학문의 언어로 처음 번역한 것이 부리 팀의 이 논문이었다.

머니컴 생각 : 이제 비트코인을 종교처럼 믿거나, 반대로 사기라고 치부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부리 팀의 논문이 비트코인을 '학문의 언어'로 번역했듯이, 우리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을 '계산 가능한 데이터'로 바라봐야 한다. 더 공부해야겠다.


* 본 포스팅은 자본주의 시장의 데이터 분석 및 개인의 투자 기록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나 금융 투자 권유가 절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선택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